베를린에서 만나는 겸재 정선- 예술은 남북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겸재정선의 예술을 잇는 한국 현대작가들의 전시회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지난 12월 12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작센주정부 대표부 건물 1층 로비에서는 ‘돌아온 거장 정선-전통회화의 새로운 정신(Ruckkehr von Jeong Seon-Alter Meister, neue Geister)’이라는 이름 하에 한국의 민정기, 김천일, 유연복, 이광 작가의 전시회가 개최됐다. 전시회를 기획한 쿤스트페어아인 64는 ‘겸재 정선의 회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한국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유럽과 독일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전통회화의 위대함을 알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겸재 정선의 조선 후기 ‘진경산수’ 화법으로 당시 중국 풍경과 화풍을 중시하던 한국 미술의 판도를 바꾼 예술가다.

<돌아온 거장 정선-전통회화의 새로운 정신 전시회에 전시된 김천일 화백의 ‘방겸재금강전도2’>

이 전시회에는 진경산수의 대가로 손꼽히는 김천일 화백의 <월화리>, <목포>, <미황사>, <독도 전경>, <독도-동도 전경>, <방겸재금강전도 2>, 민중미술의 선구자인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 <인왕>, <홍제동 옛길>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민정기 작가는 특히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때 회담장에 걸린 작품 <북한산>을 그린 작가다. 또한 민중미술과 전통풍경화법으로 독보적인 목판화가 유연복 작가의 목판화도 수 점 전시되었다.

지난 19일 찾은 작센주 대표부 건물. 조용한 입구에 한국어로 함께 적힌 전시회 포스터가 눈에 띈다. 주정부 기관의 일부로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는 건물이지만 간간히 방문자들이 문을 두드린다. 역대 작센주지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복도를 지나 로비 홀로 들어가면 한국의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인왕산과 북한산, 그리고 금강산, 독일 베를린에서 남북의 산과 풍경을 보는 감회가 새롭지만, 현지 방문객들에게는 설명이 조금 필요했던 것 같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이들은 필자에게 작품의 의미와 전시회의 취지를 좀 설명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의 산수와 특히 김천일 화백의 작품 ‘목포’의 풍경에 있던 교회와 십자가를 흥미로운 눈으로 감상하기도 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방문객들>

이 전시회는 이광 작가가 대표로 있는 쿤스트페어아인 64뿐 아니라 독한포럼, 작센주 대표부가 함께 기획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했다. 또한 한국의 겸재정선미술관과 리움 미술관이 협력했다. 전시회가 열린 작센주 대표부 건물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작센주는 독일 분단 시절 동독 정부 기관이 있던 대표적인 지역으로 동독의 정체성,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현지 미디어의 눈에는 전시회의 ‘정치적 의미’가 더욱 깊에 다가왔던 것 같다.

독일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는 지난 13일 ‘북한과 남한이 만난다: 예술을 통한 접근’이라는 제하로 이 전시회를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분단, 장벽, 철조망. 북한과 남한 사이의 일상이다. 공통의 예술적 유산은 분단된 두 나라 간에 다리를 놓고 외교적인 관계를 후원할 수 있다. 한 전시회는 그것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또한 겸재정선의 대표작 금강산을 꽤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금강산은 중세시대부터 한국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이 됐다. 정선은 ‘진경산수’ 화법으로 중국의 풍경화법을 깼다.’면서 ‘금강산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은 1948년 분단 이후 50년간 이곳을 방문할 수 없었다. 1998년 이후 남한 방문객들을 허락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한 ‘정선의 화법은 오늘날까지 남북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를린의 작센주 대표부 건물에서 열린 전시회는 양쪽의 작품을 선보이는 독일 최초의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이 오래된 거장의 화법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도이체벨레》는 이광 대표의 말을 옮기면서 북한 예술가들의 작업 환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도이체벨레》는 ‘과거 동독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예술가들은 정권의 통제하에 일하고,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기 위한 작품을 한다’면서 북한의 예술가 작업 공간인 ‘만수대창작사’를 언급했다. 이어 ‘남북이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하는지는 다르다. 하지만 같은 예술적인 유산이 외교적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서 그 거대한 예술 작업실을 방문했을때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면서 당시 방명록 문구를 소개했다.

‘예술이 남과 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 https://www.dw.com/de/nordkorea-trifft-s%C3%BCdkorea-ann%C3%A4herung-durch-kunst/a-46728004